민족식당

 

오봉옥 



민족식당




접대원 동무들이 나와 노래와 춤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이웃집 할머니 같은 지배인 동지가 멀리서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나의 눈은 금세 고동치고, 나부끼고, 글썽였다. 요리사 동무나 주방장 동지의 딸이었을 터이다. 열 살 남짓 된 단발머리 계집애가 구석에 앉아 턱을 괸 손가락을 저도 모르게 잘근잘근 깨물면서, 제 손바닥의 지문이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한 것인 양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무대 위 언니들을 슬금슬금 훔쳐보는 것이었다. 내일의 저와 맞닿을 작은 다리 하나 조심스레 놓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죽음




우리는 달빛과 달맞이꽃이 하는 은밀한 짓을 따라서 해 보았습니다. 난 꼴린 달이 소나기빛을 쏟아내듯이 그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궁을 연 달맞이꽃이 쏟아지는 달빛을 마구 빨아들이듯이 그녀는 나를 삼켰습니다. 황홀이 교성을 먹어 치우고 있었습니다. 혼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혼미를 끌어당기는 밤이었습니다. 길이 가물가물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그 길이 나를 앞질러 저 세상으로 막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젖무덤을 허우적거리다 잠이 든 아이처럼 고개를 파묻었습니다. 내 영원을 삼킨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늑한 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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