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행성의 주민들

 

김언



먼지 행성의 주민들




우리는 혁명적인 모래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똥을 참아가며 그 연설을 듣는다

어디가 틀렸고 어디가 어색한지

맞춤법을 모르는 소년은 바닷물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인파를 관리하는 관리는 두 번의 승진을 거친 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새끼고양이의 장래를 어루만지고

싶다 조금 더 고통스러운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우리들의 낯뜨거운 태양 아래

숨죽이고 하품하는 먼지 속의 유권자 한 명이 살해당하고

돌아왔다 기상 캐스터는 태풍이 오는 것처럼 호들갑스럽다

보이지도 않는데 제주도 남쪽은 벌써 하얗다

머리까지 하얗다 눈썹에도 흰 눈이 내려 백두산을 다 보고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믿으라는 눈치를 나만 모른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겨울이다 여름이 다 갔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지지하는 폭풍은

소멸하면서 긴 꼬리를 남기고 잠적하였다 나 여기 있다고

깨알 같은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파도타기 응원 때문에

백사장의 낙오하는 먼지가 술렁거렸다




유령시장



당신과 내가 유령시장에서 만났을 때

지불해야 될 돈을 놓고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을 때

당신이 처음으로 했던 말은 ‘얼마?’였고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도 ‘얼마?’였다


얼마를 사이에 두고 흥정은 깨졌다 얼마간

유령이 필요한 사람은 나였고 얼마간

유령을 보관해야 될 사람도 너였다 당신,


유령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줄 모르는 사람아

얼마나 많은 단어와 세금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손님아, 당신 손에는 지금 현찰이 있고

내 손에는 금방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유령의

착한 손이 있는데, 창백한 의도도 모르는 이 손목아


당신이 고객이라니! 그건 당신 생각이고 믿기지 않는 그 가격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유령을 포기했는지 아는가

모르는가 내 질문과 대답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시장 길을 따라서 조금씩 투명해지는데,


투명해서 좋을 것 없는 건 당신의 의도 아닌가

만질수록 모자라는 유령의 윤곽이 어떻게

애완용으로 변신할 수 있는가 닿으면 보잘것없이

수축하는 옆구리, 손을 넣으면 감촉도 없이

흡수하는 그 뱃속에서 살아 돌아온 손목은 말한다


좀더 나를 가져가세요 당신의 의도만 있다면

나는 충분히 움직이고 흐름이 없습니다 당신을 따라

말 못 하는 고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곳에서

당신이 숨어 있으면 나 또한 백주대낮에

가축들 속으로 사라지는 나를 봅니다


음메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그건 납니다

꿱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그 또한 돼지가 아닙니다

시장은 분주하고 행인은 저 혼자 걷는 사람이 아닙니다

상인은 저 혼자 물건을 진열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소속감이 있고 각자의 말 못 하는 친구가 있고

대화는 투명해서 너무나 잘 들리는 이 골목에서


귀먹은 손님이여 당신은 주인이라는 단어를 모르는가

아는가 대답이 없다면 흥정은 깨졌다 돼지를 가져가라

얼마면 되겠는가? 돼지는 말을 못한다 손님은

돼지의 말에 무관심한 소를 데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서로 통하는 골목마다 흥정하는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흩어지는 연기를 따라가는 유령은 먼지처럼 드물다

없거나 외롭다, 멀리까지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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