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김충규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어두운 낯빛으로 바라보면 물의 빛도 어두워 보였다

물고기들이 연신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는 것은

어둠에 물들기를 거부하는 몸짓이 아닐까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취하지 않는 물고기들,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몰골은 어떻게 보일까

무작정 소나기 떼가 왔다

온몸이 부드러운 볼펜심 같은 소나기가

물 위에 써대는 문장을 물고기들이 읽고 있었다

이해한다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그들의 교감을 나는 어떤 문장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심이 들어간 어두운 문장만 기록하는 게 아닐까

살면서 얻은 작은 고통들을 과장하는 동안

내 내부의 강은 점점 수위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낼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풍성하던 어족(魚族)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후로 내 문장엔 물기가 사라졌다

물을 찾아온다고 물기가 절로 오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물이 잔뜩 오른 나무들이 그 물기를 싱싱한 잎으로

표현하며 물 위에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나를 부끄럽게 했다

물을 찾아와 내 몸이 조금이나마 순해지면

내 문장에도 차츰 물기가 오르지 않을까

차츰 환해지지 않을까


내 몸의 군데군데 비늘 떨어져 나간 자리

욱신거렸다

이 몸으로는 저 물속에 들어가 헤엄칠 수 없다




시끄럽다, 사람아




갓 나온 어린 꽃의 혀가 처음으로 핥아 보는 공기, 그 맛

내 혀가 드나드는 네 혀에서 늘 그 맛이 나기를 바랐던 것

매일 저물기 전의 시간이 참으로 지루하였으므로


이십 년쯤 훌쩍 건너뛰어

늙은 내 모습과 마주칠 수 있다면

내 몸속의 전기가 거의 다 방전된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나이쯤에

그 나이쯤에도 그 맛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혹 그 맛을 그 나이에도 찾으려고 든다면

분명 노망이 들었다고 타박할 사람도 있겠으나


어린 꽃을 희롱한 죄로 새는 목구멍이 먹먹하도록 울고

나는 네 혀를 탐한 죄로 생각이 얼얼하고


거미 한 마리가 꽃 속에서 쑥 올라왔다

땅거미가 지고 내 심장의 절벽에서 가파르게 피가 튀는 듯한 소리

그러하였으므로 나는 내 피 한 방울 꽃에게 먹이고 싶었는데

거미가 비웃듯 나를 노려보았던 것


시끄럽다,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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