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흰색 셔츠 한장
흰색 셔츠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간다
아아, 셔츠 안에서 울리던 청춘의 심장 소리도 날아가고
괴로울 때마다
해를 그리워하며 내뻗던 손길도 어른거리고
어깨선에서 미끄러지던 옛 사랑의 손이 날아간다
지금보다 젊은 몸
셔츠 속 세미누드의 이미지가 펄럭이다 사라진다
서른 살 가을 마지막 날 떨어지던 낙엽도
휘날리던 눈보라도 소용돌이치며 간다
마악
달려가
잡았다
셔츠 속에 묻힌 열정과 혼을
사라지는 것들의 우울한 힘을
의자
겨자색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수유를 보니 목이 메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감동이죠
죽을 때 진정 하고 싶은 일로써 행복했노라,
진심으로 참 많이 사랑했었노라 말하면 좋겠어요
쉬었다 가시라고 꽃그늘 아래 의자를 놔 두었어요
다시 못 만날 때를 생각하며
희미하게라도 웃음을 남겨 줬으면 합니다
우리의 의자에도 푸른 잎사귀와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면 당신을 지켜본 기쁨만큼
우리의 정도 깊어지겠죠
봄꿈과 이어진 물고기는
저 먼 하늘까지 헤엄치고
우리가 가는 길과 길마다
벚꽃잎 춤추며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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