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비트겐슈타인 선생께

 

진은영



친애하는 비트겐슈타인 선생께




별빛이 젊은 예술가의 이마 위에

어둠의 긴 자루에서 빠져 날아오는 낫 같이 찍힌 후

더 깊은 심연으로 되돌아가는 밤입니다

로댕 씨의 작업장은 아주 넓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지르던 비명을 완성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석고상이나 팔다리 없이 영원을 향해 애무의 몸짓을 던지려는 청동토르소 사이를 거닐고 흰 라일락의 턴테이블에서 밤공기의 검고 낡은 음반이 돌아가며 흘리는 향기를 맡습니다. 타블로이드판 신문 냄새, 새로 깔은 파리 대로의 타르 냄새, 노동자들의 오래된 가죽장화 냄새가 소음처럼 뒤섞이는 곳에서 저는 이곳 주인장의 명성과 그가 만든 조각들의 탄생과 죽음을 써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혀에 익숙한 맛이 아니라면 파리에 계속 머물기는 힘들겠지요. 이 고요하고도 소란한 저녁 무렵 친애하는 선생 재단 사무원의 갑작스런 전화에 저는 이런저런 상념에서 깨어났습니다. 선생께서 약속하신 금화 천 크로네를 받을 수 있는 몇몇 작가로 물망에 올랐음을 전하고 과거 다른 독지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한없이 망설이면서 그것이 무척 소액의 지원이었다는 사실과 아마도 구약처럼 먼 시대에 일어난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가 조금 어리석은 사람이었다면 제 목소리와, 회색 털 빠진 개의 간절한 눈빛으로 고리지어져 흔들리는 녹슨 사슬 소리를 혼동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사실상 저로 말씀드리자면 금화 따위에는…… 저녁마다 뜰 앞의 작은 돌들을 뒤집어 축축한 달의 뒤편을 어루만지는 저로서는…… 신시집과…… 빈의 끝없이 이어지는 니힐한 골목들만이 저의 텅 빈 심장 속에…… 그러나 선생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게는 아내와 딸아이가 하나 있고…… 

       

                               존경과 감사를 담……

                                     라이너 마리아 릴……*




*릴케가 파리 근처 뮈동에 있는 로댕 작업장에서 지내던 시절 그의 영수증묶음 사이에서 발견된 편지




1과 나




월요일의 별   

화요일의 스프

너는 

빨간 광장

빨간 달걀

상자 속의 날갯짓으로,

나는 검은 삼각형 

검은 수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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