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치킨

 

이명윤



안녕, 치킨 




이번엔 불닭집이 문을 열었다

닭 초상이 활활 타오르는 사각 화장지가

집집마다 배달되었다

더 이상 느끼한 입맛을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공익적 문구를 실은 행사용 트럭이 학교 입구에서

닭튀김 한 조각씩 나눠 주었다

아이들은 불닭집 주인의 화끈한 기대를

와와, 맛깔나게 뜯어 먹는다

삽시간에 매운바람이 불고 꿈은 이리저리 뜬구름으로 떠다닌다

낙엽, 전단지처럼 어지럽게 쌓여가는 십일월

벌써 여러 치킨 집들이 문을 닫았다

패션쇼 같은 동네였다 가게는 부지런히 새 간판을 걸었고

새 주인은 늘 친절했고 건강한 모험심이 가득했으므로

동네 입맛은 자주 바뀌어 갔다

다음은 어느 집 차례

다음은 어느 집 차례

질문이 꼬리를 물고 꼬꼬댁거렸다

졸음으로 파삭하게 튀겨진 아이들은 종종 묻는다

아버지는 왜 아직 안 와

파다닥 지붕에서 다리 따로 날개 따로

경쾌하게 굴러 떨어지는 소리

아버진 저 높은 하늘을 훨훨 나는 신기술을 개발 중이란다

어둠의 두 눈가에 올리브유 쭈르르 흐르고

일수쟁이처럼 떠오르는 해가

새벽의 모가질 사정없이 비튼다

온 동네가 푸다닥,

홰를 친다.




홍합 




바람이 세찬 날

시장에서 사온 홍합을 씻어 냄비에 담는다

몸 전체가 굳게 다문 입이다

바글바글 뜨거운 냄비 속에서

결국 참았던 입을 연다

쩍, 쩍, 쩍,

비밀의 화원이 열리고

단 한 번도 발설하지 않았던 혀가

웅크린 채 서느런 웃음을 피우고 있다

식구들이 식탁에 앉아

홍합을 먹는다

처얼썩, 처얼썩,

먼 바다가 쉴 새 없이 창문을 두드린다

 

식구들은 비밀 하나씩 가지고 있다

홍합을 먹으며 모두들

한 숟갈의 고백이 얼마나 속 시원한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국물에 대한 칭찬을

한마디씩 거들었지만 

봉분처럼 쌓여가는 빈 껍질을 보며

그들의 눈빛은 서로가 모르게 희번덕거렸다

검은 입들이 둘러 앉아

조용히 홍합을 먹는 저녁

쉿,

발설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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