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날

 

전동균



입동(立冬) 날




개 짖는 소리에

눈 뜨니

새벽 세시 반이었다


물 한 잔 마시고

서리 내린 풀밭을 헤치고 나가 오줌을 갈기고

지붕까지 내려온

귀 먹먹한 하늘을 보고 들어왔더니


입성이 남루한

한 청년이

침대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죄 지은 듯 고개 숙인 채


스물다섯이라고,

교통사고로 생을 버렸다고,

오늘 밤엔 오갈 데가 없다고,


나는 말없이

내가 깔고 있던 전기담요를 건네주고

돌아누웠다


아침까지 내내 큰 바람이 불었다




미촌못이 얼었다




시퍼런 하늘물살 일으키며 떠다니던 흰뺨검둥오리들,

그 느릿느릿한 일렬종대(一列縱隊)의 평화가 사라졌다

어쩌다가 그 행렬 끝에서

새끼오리 한 마리 짧은 날개 파닥파닥거릴 때

붉은 잇몸 다 드러내 씨익 웃으며

물결 한 자락씩 밀어주던 저녁들도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고


낚시꾼도 라면 끓는 소리도 없이 저 홀로 남아

입 꽉 다문 미촌 못, 엉덩이께를 

꽝,

꽝,

꽝,

꽝,

매질하듯 얼음구멍을 파니


쬐끄만 뿔을 이마에 꽂은 어느 푸른 날의 바람이 못 한가운데 살짝 열린 숨통을 타고 흘러나와, 흘러나와 온종일 빙판(氷板) 위를 메에엠 메에엠 돌아다닙니다 까까머리 소년의 허둥대는 그림자 하나

줄 뒤에 매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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