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1955, 눈꽃

 

장이지



국제시장 1955, 눈꽃

―굳세어라 금순아?1




국제시장 입구 오망이 꿀꿀이죽 무쇠 솥 위로도

허기진 눈꽃이 풀풀 날리느니,

먹어도 배가 채워지지 않는 밥이 내리느니.


금순아, 하늘에 파랗게 언 네 얼굴.

바다에 살얼음 깐 거울을 보고 있느냐.

흥남 부두 엘에스티 고동 울리는데

빙경(氷鏡) 속에서 돌꼇잠을 자는 시간이여.


울어도 울어도 시원해지지 않는 검은 바다.

얼어서 검어진 네 손에 입김을 불던

오라비를 찾느냐.

그 꽝꽝한 거울 속 눈보라를 헤치며, 헤치며.


파도가 살갗을 에는 바다에 너를 버리고

삼팔따라지로 구르고 굴러

국제시장이다. 달러 장사치이다.

쪽을 찐 호남 안깐을 너처럼 안고 숨죽여 울던 밤이여.


가늘한 허리의 안깐을 보면

울컥 일던 대설원의 눈보라여.

대구나 광주, 너 어디 살아 있는 게 아니냐.

엄동설한을 마른 풀로 헤매었더냐.


씩씩거리며 멧돼지 숨을 쉬던 술판도 숱했다.

치받고픈 타향살이, 눈꽃 너머 장진 부근을 더듬느니.

그래, 눈꽃의 훈훈한 살결로

너 웃으며 장진에도 내리느냐. 쌓이느냐.




파줄기처럼 매운 길 1960, 서울

―굳세어라 금순아?2




눈매 서글서글하고 풍신 좋은 남정을 따라

산으로만 재우쳐 얼었던 밤, 눈물나우다.

중공군 꽹과리 소리 오금 저리고

언 발 끌며 걸은 길 파줄기처럼 맵더이다.


남정네 서산을 가는 새 되어 뜨고

양파알처럼 떨군 아이 등에 업고

미싱을 돌리고 날품을 팔고

드난을 살아도 서울 하늘은 맵기만 하오.


오라바이, 간밤 꿈에 만났쟁이오.

학업을 이었으면 대학을 앙이 나왔갔나.

학사모 쓰고 검은 옷 입고

내 손을 쥔 손 놓지 않고 장진으 가겠쟁이.


하늘도 이념이 달라 넘질 못하는

휴전선, 구름도 덜컹 넘어야 하느니.

그래, 꿈도 가다가는 가물어 목 끝이 타는 검은 방

오라바이 냄새 훗훗이 떠돌고, 곤한 아이 숨소리.


서울의 봄, 개나리 피었다 지는 4월이여.

어깨에 옥양목빛 날개를 단 학생들이

밀려가다가는 썰물 지는 오후.

피 흘리는 어깨를 움켜쥔 나 어린 오라바이를 보겠네.

날개 찢긴 나비 깃들이어 오는 소리.

흉악한 세상이오, 얼피덩 들어와 숨기오.


울 오라바이라면 얼매나 좋갔나.

바다도 새카맣게 질린 흥남 부두에

눈보라 채찍으로, 채찍으로 날리던 날,

내 쥔 손을 왜 놓았는지 묻지도 않고

개마고원의 그늘 같은 마음에 꼭꼭 숨겨드리리.

이념이 와도 모르고 독재가 와도 모르게시리.


상처에 좋은 곰국 손수 끓여

내 이남살이의 파줄기 같은 설움도 숭숭 썰어 넣겠네.

어리신 오라바이는 신고산 타령을 불르우다.

아바이 태가 나나 봅새.


죽지 않고 산다면.

죽지 않고 어딘가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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