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조

 

함순례



문조




하루가 지났다 이틀 지나고 집 비운 사이

새는 소파 등받이에 홀연히 앉아 있었다 냉장고 화장대 위로 부르는 손짓대로 날아들었다 알맹이만 쪼고 뱉은 조 껍질들이 사방 흩어졌다 집은 이제 새장이 되었다 새는 자기가 빠져나온 집을 모른 척하거나 넌지시 건너 볼 뿐  


새장을 열어 주고 물과 먹이 드나들던 길에 골똘해진 나는 갇혀 있던 시간 길어 올리며 고요해졌다 물방울 튕기며 깃털을 다듬고 손거울 바라보며 호르르- 울던,


그 노래가 그리워졌다 찌끼 가라앉히고 맑게 뜬 청주 같은, 부드럽고 연한 새소리는 긴 발효의 나날 걸어와 내민 둥근 악수였다 나는 새장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새털 하나 머리핀처럼 꽂고 횟대에 앉아 붉은 입술 오므렸다


밤새 새똥을 싸던 나는 이른 아침 커다란 새장문을 열었다




만 원, 봄 봄




봄비 내리는 날이었어요 회의가 끝나고 어느 길을 찾든 欲의 숲에 닿을 수 있는 일이어서 삼겹살 소주로 뒷속을 달래었는데요 오랫동안 핏줄로 흘러온 이름이 바뀐들 그대론들 중심에 묻은 뿌리 쉬이 흔들리겠느니 봄비는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피가 뜨거워 아프고 아파서 차가워진 주름살들, 누구도 자릴 뜨지 못하고 탱크 호프집으로 이어져 밤은 깊어졌구요 그만 일어서는 날 잡아끈 문 시인이 불쑥 바지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찔러주었어요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서울의 불빛은 표정이 살아나 출렁였는데요 종일 내린 봄비가 새순 틔워내는 눈물 아니겠어요 네 번 접혀진 만 원의 주유로 심야버스에 올라앉은 봄 기운, 뼈를 추스르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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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랑

하재연님의 시 정말 좋아해요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