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의 하루

 

윤예영



귓속의 하루




달팽이관에 앉아 느릿느릿 귀기울입니다.


수챗구멍으로 떨어지는 물소리

변기에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세상의 끝으로 떨어지는 이과수 폭포


비가 옵니다.

세상은 무한팽창우주처럼

혹은 이스트를 넣은 봄처럼 부풀어 오르고

오늘도 반가운 귀울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언저리에도 닿지 못한 멋쩍은 부름들,

그런 것들은 죄다 파도에 밀려 돌아옵니다.

바스락거리며 부서집니다.

부서진 이름들을 하나씩 쓰다듬어 봅니다.


달팽이관에 앉아

몸을 말아봅니다.

느릿느릿 곱아드는 것은

그건 사실

깊숙이 뿌리내리는 일입니다.

사막을 그리는 바다가

불 속에 작은 손을 담그는 일입니다.


저기 세상의 끝의 커다란 구멍으로  

큰 바다가 떨어집니다.




파리지옥에 빠진 달




새벽달을 본 사람은 알지

달 중에도 가장 기름진 달이 새벽달이란 걸


달도 알지

차가운 혓바닥들이

어둠의 속에서 일제히 고개를 쳐드는 광경을

그 기이한 냄새를


낮 동안 풀것만 먹는 그들은

새벽마다 천둥 같은 배고픔 속에 깨어난다

베개에 얼굴을 부벼도 가라앉지 않는 헛헛함으로

화덕에 구운 빵처럼 질긴 달을 뜯는다


아침마다 길고 하얀 손으로 남편 등을 긁어주는 윗층 여자도

영국제 찻잔에 홍차를 마시는 옆집 남자도

새벽달이 뜨는 밤마다 잠에서 깨어나는 건

그들이 모두 창밖으로 목을 길게 내미는 건

그들이 모두 달무리처럼

아­

오­

입 벌리는 건


그리고

연체동물의 촉수처럼  길고 끈끈한 혀


만나보다 영원하고

밀떡보다 배고픈

굶주린 이들의 타액에 녹아내리는

하얗고 둥근 그것


그 시각 누구는 입에서 단내를 풍기며 잠을 자고

또 어떤 이들은 길고 고요한 입맞춤을 나눈다는 그 시각

파리지옥이 크게 입을 벌리는 시각


달이

댕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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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랍쇼

우주적으로 코끝 향기로운 시네요. (농담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