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집의 불빛

 

이승희



먼 집의 불빛




아기의 첫 걸음마처럼

꼭 그렇게

켜지던 먼 집의 불빛들이

어느 새

모닥불처럼 붙어서 탐스럽게 피고 있더군요. 골목길 속으로 들어갈수록 이 불길도 확확 타올라 골목마다 앵두알처럼 열리기도 하고, 채송화 씨앗처럼 날리기도 했지요. 불빛에 붉게 젖은 저 손바닥만 한 창 너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낮은 처마 아래로 모여든 반쯤 몸을 내민 불빛들이 어둠에 대고 치는 발장난 같은 이 어둠은 그래서 따뜻합니다. 불빛 속에 손을 넣어보았나요? 이 간지러운 물기 만져지는 속을 걸어보았는지요. 그림자조차 먼지처럼 가벼운 그 어둠을 사랑해보았는지요.




불 켜진 집, 흉터 같았던




흉터는 말하자면 상처의 집이겠지

그 집에도 저녁이면 불 켜질까?

누가 와서 이 아픈 마음자리에 누워 볼까.

상처가 제 흔적을 붉게 물들이며

스스로 불빛으로 피어나기도 할까?

눈을 감으면 차갑고 아픈 손들이 자꾸만 가슴으로 들어와 쓰러진다.


불 켜진 집을 두고 돌아선다

내 몸에 상처의 집 한 채 온전히 들여와 불 켜주고 싶다.


꼭 이래야만 하는 거니? 손톱처럼 자라나는 세월에게 이 집의 내력을 말해주던 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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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픽션

재밌어요! 글씨체가 너무 예뻐요! 시도 아주 재밌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