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문제는

 

김경미



요즘 내 문제는




한강 철교 위 자살소동자처럼 아슬아슬하지 않은 것


박살, 이 자주 나는 것

박살, 을 자주 내는 것


나는 지금 거리를 걷고 있지만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저녁을 먹고 있지만 대체 뭘 하는 걸까


-내 프린터 음성서비스에는 조폭형도 있다

야 야, 찍는다! 찍는다구! 야 야, 다 끝난 거, 알아 몰라!


모르는 것 아직도 자꾸 첫 시작인 줄 아는 것

유월 넝쿨장미 앞에서 여전히 털썩 주저앉는 것


* 마음먹고 꽃을 심어도 피지 않을 수 있고

무심코 꽂아놓은 버들이 그늘을 이루기도 한다*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생존한다

시중 개그 농담을 아직도 믿는 것


사람을 하나도 안 믿는 것

그럼에도 무엇보다 환해지려는 것

신은 저리 자꾸 출몰하는데



* 중국 고전 『현문』중에서




겨냥




나 죽었단다 아주 식은 죽처럼 죽었단다

타이탄 트럭이 밟고 갔든가 전기 톱날이 휩쓸고 갔든가

레이스 프릴 속옷이 멋쩍도록 온 피부와 뼈에

흑진홍빛 카네이션꽃잎 끝의 톱날들, 요철의 찢김들 가득했단다


아무도 문상 오지 않았단다


당연했지 표백제보다 맑은 여름폭염의 한낮이

은박지 소리의 장대비 속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

아무 일도 없었으니 누군가가 내 피를 보려 하긴 했지만

심심한 고양이가 파리를 할퀸다는 게

허공을 할퀴는 정도였으니


빗겨지나간 겨냥


그래도 나 혼자 멀쩡히 죽었으니

겨냥도 다행도 제 몫은 각각 한 것


다 하고 나서 살아보니

세상 천지간을 입에 문 채 지렛대 돌려주는 나비 떼의

입들이 보였지


어제 종로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사는 게 퍽도 기쁜가 보네, 빈정댔었지?


너도 스스로 찢겨 고꾸라지는 무혈의 겨냥,

한번 당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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