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와 배추

 

박영희



무와 배추




한 두둑에서는 속이 들고

그 옆 두둑에서는 철이 든다


한 두둑은 한 겹 한 겹 속이 차고

그 옆 두둑은 쑥쑥 밑이 든다


질세라 한 둔덕이

풍선만한 가슴으로 단내를 풍기면

옆 둔덕은 손목 크기의 말뚝을 박아댄다


한 둔덕은 위로 속이 차고

한 둔덕은 아래로 아래로 밑이 들어 한 입 베어 무니


한 둔덕은 상큼달큼하고

그 옆 둔덕 것은 콧구멍 싸한 매운 맛이다







골목길 정사각형 보도블록 틈에

뿌리 내려 파르르 고개를 쳐드는

저것들, 어쩌면 나도

저 틈에서 생겨났는지 모른다

밀리고 밀리다 골목 안 어디쯤에

뿌리 내리려다 문틈에 끼어 피멍들고

취객의 구둣발에 비명을 내지르기도 하면서

예까지 왔는지 모른다

서너 차례 어금니 악물고 꽃도 피워보았으나

불러주는 이 없어 그 이름 아득하고

보아주는 이 없어 시들해지고 만

저것들, 보트피플처럼 떠밀려오다 지쳐

뿌리 내린, 간신히 손가락 하나 쑤셔 넣을

틈에서 숨쉬고 기지개를 켜며

아침이 밝았다고 난쟁이춤 추며 웃는,

누가 덤비면 어쩌나 싶어 지레 겁먹고는

따개비처럼 스크럼을 짜고 있는

저것들, 무엇보다 짓밟힘을 가장 두려워하는

저것들,


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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