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너구리를 잡다

 

유승도



어느 날 아침, 너구리를 잡다




슬쩍 눈을 감고 다리도 아래로 뻗고 죽은 척 매달렸다 목줄을 묶은 나뭇가지도 드러나지 않게 땅으로 몸을 숙였다

이젠 죽었겠지 지켜보기가 싫어 벗어났던 자리로 돌아오며 보니 눈을 뜨고 바둥바둥 목줄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나를 보곤 슬그머니 또 눈을 감고 다리도 축 늘어뜨린다

한 시간이 흘렀다 다시 너구리가 매달린 나무 아래로 다가가며 보니 그때도 눈을 길게 뜨고 발로 허공을 훑다가 나를 다시 발견하곤 ‘나 죽었어요’라고 말한다

더는 죽기를 기다릴 수 없어 손도끼를 가져와 머리를 내려쳤다 그제서야 사지를 뒤틀며 피를 토하며 눈동자가 나를 잡아 돌리며 몸이 빙그르 돌아간다


늘어진 너구리의 털에 매달린 아침햇살이 반짝인다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는 중에도 햇살은 숲에 계곡에 반짝반짝 빛의 박수를 치며 떨어진다 떨어져 반짝인다




우수수수수




미련은 떨어지기 전의 마음,

남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나뭇잎이던 시절을 나는 잊었다

햇살을 받지 않아도 이제 나는 좋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도 나는 이제 좋다

나무이던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무가 아닌 지금, 잎이 아닌 지금, 흙으로 내려가는 지금, 땅이 좋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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