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북리 가구공장의 너는

 

박후기



마북리 가구공장의 너는




이불도 없이,

이불처럼 아무렇게나 개켜진 채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잠이 드는 너는,

뿌리 잘린 원목이 실려 온 먼 고향

해일 덮친 바닷가에 집 한 채 짓기 위해

본드 냄새 들이마시며 가구를 짠다

옷과 이불도 가구라는 집이 있는데

옷과 이불의 집을 짓는 네가 집이 없으니,

너는 더러운 이불 홑청만도 못한 것이냐

한밤중 인기척에 놀라

컨테이너 문 박차고 어둠 속으로 도망친 너는,

도랑 건너 밭고랑에 엎드린 채 숨죽이는 너는,

울분 섞인 발길질에 담장 밖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휴일 아침의 축구공만도 못한 것이냐




소녀들



1


레바논 국경 시모나의 이스라엘군 포진지를 찾은 이스라엘 소녀들, 제 키만 한 포탄에 글씨를 쓴다. 사랑을 담아 보내노라고, 탄두에 제 이름과 함께 쓴다. 한여름 한낮에 사랑이 담긴 포탄이 베이루트 주택가를 향해 날아간다. 사랑의 이름으로, 또 다른 소녀들이 건물 잔해에 깔리거나 불에 타 죽어간다.


2


팔레스타인에서는 죽은 자도 검문소를 통과해야 비로소 죽음에 닿을 수 있다. 포탄에 맞아 이마가 함몰된 도로를 우회하는 것은 산 자나 죽은 자 모두에게 익숙한 일이다. 앰뷸런스는 죽음보다 늦게 도착하고, 소녀는 무너진 발전소를 지나 집으로 간다. 흔들리는 촛불을 사이에 두고 동생과 숙제를 하는 밤은 행복하다. 죽지 않아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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