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정원

 

박형준



거울의 정원


                      


비좁은 방

거울 속에 정글이 펼쳐져 있다

아침에 나갈 때 깜빡 잊고 끄지 않은 화면

치렁치렁한 고독을 잎사귀처럼 발에 감고

표범이 물속 왕버들 위에 앉아 있다

자신의 무덤은 나무 한 그루면 족하다는 걸까

하류로 떠밀리며

홍수로 불어난 물을 내려다본다


표범은 먹이감에 다가갈 때

눈에 띄는 옷

그대로 입고 죽어간다지

고요한 거울의 정원 속에

어른거리는 불꽃

수평선처럼 아득히 주시한다


먹이감의 숨통이 끊어지면

현기증에 제 얼굴을 쓰다듬던 발톱

유쾌한 살해자가 사는

발톱 달린 거울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털이 어두운 방안에 흩날린다

 



마차


      

                            

조선 국화가 성묘 끝난 무덤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가족들이 서울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나는 신작로를 서성거렸다 첫서리가 내리던 날

신작로에 마차가 지나갔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지나갔다

그런 뒤,

적막 속에서 서리 꺼지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마부는 외투를 눈썹까지 끌어올리고

말은 반쯤 눈을 감고 신작로를 끄덕끄덕 지나갔다

꿈속에서 

말발굽에 유성이 묻히는 소리

그 속에서 식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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