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는 마음

 

이선영

  


절에 가는 마음




오래 전 현해탄에 몸 던진 연인의 맘이다가도

(벼랑 끝에 몰린 마음은 벼랑 끝에서 몸으로 던져져야만 하지 않을까 끝에 몰린 마음 아니고서야 뒤에 무엇인들 두고 올 수 있을까)


햇빛 창창한 대낮에도 그늘을 보라고

수심에 찬 얼굴이라도 가려 주겠노라고

전등 달지 않은 절 방에 엎드리는 마음


바닥을 들여다보려는 마음

움푹하게 덜어지는 마음


객식구 몸까지 보태

절에 다 털리는 마음




엉덩이를 만지다




내 너의 엉덩이를 즐겨 만지작거리는 것은

그곳에 네 순수의 살집이 가장 많기 때문일까


거기를 통해 너의 누추한 배설물이 흘러나오고

너에 관한 온갖 악취와 추문이 담긴,

네가 평생을 애써 가리려고 할,

무릅쓰고 그곳부터 사랑은 시작되는 것일까


한때 내 몸의 더부살이였던 너의 배꼽 근처

지금은 내 팔 언저리를 숨쉬고 있는 네 맨살의 엉덩이를 손아귀에 넣는다

 

세상에 나와 내가 제대로 빚어낸 것은

나도 아니고 시도 아닌, 네 엉덩이

그것을 뜻하지 않은 선물이라 해야 할까

황금알을 낳지 못한 거위와도 같은 내가

꺼억꺼억 제 속의 비애를 끌어 모아

빚어놓은 걸작이라 해야 할까

내 손 안에 살아 출렁이는 너의 엉덩이

내 앞에선 감출 수 없는 너의 엉덩이

  

그렇지만 가질 수는 없는 너의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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