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의 거처

 

반칠환



적멸의 거처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에서 




적멸보궁에 와서 비로소 적멸의 얼굴을 보았다 천년 출타 중인 본존불 대신 적멸이 앉은 보료를 보았다 적멸의 궁둥이가 누르고 간 둥근 복숭아 자국을 보았다 적멸도 앉을 자리가 필요하구나 적멸의 육체를 똑똑히 보았다 적멸이라 해도 내가 늘 보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너와 나 앉은 곳이 모두 적멸의 거처임을 알았다 허공도 바위도 적멸의 몸통인 걸 알았다 소음도 적막도 적멸의 음성인 걸 알았다 방금 핀 저 풀꽃 자리도 시끄럽게 꽹매기 치는 저자거리도 모두 적멸의 거처이다 적멸보궁에 와서 다시금 적멸의 얼굴을 보았다 도무지 적멸도 적멸의 바깥으로 달아날 수 없는 것을 보았다




매미 




갑옷 입은 투구벌레도

방패 든 딱정벌레도 아니다

저렇게 우렁차게 우는 건 말랑한 것들이다


간혹 한두 마리 까치에 채여가기도 하지만

저 여린 놈들은 은둔을 모른다

여름 산의 제왕은 단연 저들이다


간혹 주려 내려온 올빼미도

쫑긋 귀기울이다

발톱을 감춘 채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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