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만남

 

곽효환



죽음과의 만남



1.

흐리고 가끔씩 비 오는 날 오후

혹은 우중충한 날이 어둑어둑할 저물 무렵

라이프치히의 토마스교회에 가보세요

도심 어디선가 파이프오르간 소리 아득히 들리면

작은 광장에 우두커니 서 있던 파우스트 銅像이

뚜벅뚜벅 큰 걸음으로 다가와

문을 활짝 열어젖힐 것 같은

웅장하지도 아담하지도 않은 오래된 교회

천정의 아치를 따라 붉은 나무를 덧댄 지붕선 아래

중앙통로를 따라 더러는 저만치 떨어져 앉아

기도하는 연인들

수백 년을 받침돌 위에서 

오래된 도시를 지켜온 사내는

밤이면 비틀거리며

아우어 바흐 켈러*에서 걸어 나와

붉은 눈으로 그들의 심장을 들여다보곤

이렇게 말하지요

   사랑하라 사랑하라 다시 사랑하라

   죽기까지 그리고 당신의 영혼을 팔기 전에

   죽음을 넘어서는 만남과 사랑을 이루, 라고



2.

한 사내의 삶은 성실했지만 여정은 고단했지요

튀링겐에서 바이마르 그리고

영원히 안주하고 싶었던 쾨텐을 지나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가득한

유리관으로 둘러싼 오래된 교회의 별실에 영원히 몸을 부리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서 울리는 칸타타 혹은 수난곡은

일렁이는 욕망을 누르고 순명하는 영혼의 노래

춥고 음습하고 우울한 북구의 봄날부터 늦가을 저녁까지

죽어서도 울리는 불멸의 소리에는

상처와 위로가 있어요

두 아내와 열여덟 명의 아이들 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안에서 눈 감은

그의 유년의 꿈은 교회 오르가니스트

그 꿈은 이루었지만

외로웠대요, 그는

늘 무언가를 갈구했대요, 그는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고팠던 이를 끝내 만나지 못한

유리벽을 사이에 둔 그와의 낯선 조우는

죽음을 넘어선 만남

죽지 않는 만남

죽을 수 없는 죽음과의 만남 그래서

나는 당신 안에서 행복합니다**



* auer bachs keller. 괴테가 『파우스트』를 쓸 때 자주 드나들었다는 지하  술집. 입구의 좌우에는 작품의 한 장면을 형상화한 조각이 있다. 

** 바흐가 작곡한 칸타타의 제목 “Ich freue mich”




순애보




첫 시집을 내고

더는 붙잡을 수 없어

가슴 한켠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사랑했던 사람과 풍경을

강물에 흘려보냈습니다

그래도 끝내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그냥 남겨두었습니다


그 후로

시가, 시 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두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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