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서영처



천문학자 




바흐의 음악들은 별빛, 수백 년을 거쳐 내게 도달한다


느린 악장을 천천히 켜며

나는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총총한 별자리를 더듬는다

선율과 화성으로 가득 찬 별들의 길과 간격

나는 둥근 하늘을 가늠하고 측량한다

활 끝에 묻히는 별빛에 귀를 곤두세운다

페가수스,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오리온

宇宙絃을 건드리자 푸가, 자유롭게 쫓아다닌다


내 별은 멀찍이 서서

그를 향해 반짝일까 말까 반짝일까 말까 반짝인다


무한한 창공인 바이올린의 지판 위에서

다가갈 수 없는 거리를 더듬어내던 음정……

나는 다시 별들의 길을 추적한다

별빛들을 끌고 와

활 끝에 휘감아서 펼쳐낸다


부드러운 소리들을 비밀한 바구니에 담아둔다




부메랑




그해 가을 나는 결백했다

그러나 가끔 손거울을 들여다보면

멀리 날아갈 꿈을 꾸는 새

내 안의 새

제 눈을 찌르고야 둥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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