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고개 넘어 산비탈을 따라 길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굽이굽이 허리를 꺾으며 진양조 서러운 가락을 뽑고 있다 청산도에 봄이 와서 산도 바다도 하늘도 온통 푸른데, 하도나 푸르러서 죄없이 눈물나는데, 술취한 듯 술취한 듯 벌겋게 달아오른 길이 하나 비틀비틀 내려오고 있다 내려오다 다른 길들을 만나 중모리 중중모리로 얼크러지고 있다 서로 얼크러져 한바탕 질펀한 춤으로 바뀌고 있다 돌담에 피는 아지랑이며, 봄바람에 살랑대는 보리밭, 유채꽃밭 나비들도 덩달아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저물도록 맺히고 풀리고를 반복하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은 그대로 절창이다 신명나는 춤 한마당이다.




發光 혹은 發狂

 

            


천지사방에 미친 봄이니, 물도 불도 공기도 흙도 숨결 후끈 거칠어지고 미물마저 자기들끼리 수작을 걸며 發光하고 發狂하네 이럴 땐 나도 미친 벌 나비가 다 되어 만화방창 꽃향기에 이리저리 취해도 보고 아지랑이 뱀 같은 혀 날름거리며 남의 집 담장도 살짝 넘보거니 아니면 벌러덩 잔디에 누워 탱탱한 무덤 젖꼭지라도 만져보고 싶으니 오호, 이 모두가 내 탓이 아니네 여기저기 산불도 내 탓은 아니지.

 

봄은 산천초목에만 미친 게 아니니, 내 몸 가장 깊은 계곡 심연이 녹는지 돌돌돌 물소리 끊이질 않고 두레박 퍼올린 더운 피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달음박질로 돌아다녀 얼굴에 화색이사 난만하이 지난 가을 잎 진 메마른 손등이며 팔다리에 어느새 까만 새싹 삐죽삐죽 돋아나고 하초의 꽃불일랑 위로만 위로만 타오르니 오호, 글쎄 이 모두가 내 탓이 아니네 매양 몽유에 젖는 것도 어디 내 탓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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