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국밥

뜨거운 국밥

공광규

몸과 맘이 안성맞춤인 여자는 말하네
안성휴게소에서 퍼먹던
뜨거운 안성국밥을 잊지 못하겟다고
 
그러고 보니 사람은 하늘과 땅의 국밥이네
인생은 생로병사의 국밥이고
정치는 자본과 권력의 국밥이고
종교는 뭐랄까? 하여튼 위장과 무엇의 국밥이고
연애는 핑계와 의심과 질투와 거짓말이 결합한
뜨거운 국밥이네
 
그러고 보니 세상은
국밥으로 건너가는 것이네
국과 밥의 경계를 서로 뜨겁게 허물어
몸과 맘의 온도가 같아지는 것이네
너무 뜨거워 위험해지기도 하는 것이네
 
오늘, 몸과 맘이 안성맞춤인 여자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네
우리, 오늘 뜨거운 국밥이 될까?
몸과 맘의 온도가 서로 같아지는 국밥?
국과 밥처럼 평등하게 섞여
서로 맛있어지는 관계가 될까?
 

혈맹국의 아침

공광규

낡은 조지 워싱턴 대학교 기숙사 삐걱거리는
나무침대 하얀 시트 위에서 눈을 떴을 때
창문으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침대에 걸터앉아
헌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내 발을 만지며 말을 걸었죠.
“어서 창밖을 보렴. 위대한 미국의 아침이야.”
흑인들은 우당탕 쓰레기를 치우며 청소를 시작하고
햇살을 이마에 밝게 얹은 건물들이
자동차에서 내린 뚱보들을 하나, 둘 잡아먹고 있었죠.
 
공원 벤치에 썩은 걸레처럼 누워 있는 노숙자들
대단한 업적이 박혀 있는 워싱턴 흉상에는
느릅나무 위를 오가던 새들이 똥을 갈길 뿐이었죠.
국제통화기금 건물 옆 세계은행 앞 공원에도
워싱턴 서클공원에도 컬럼비아 프라자 앞 토끼풀밭에도
느릿느릿 쓰레기봉지를 뒤지는 거지 거지 거지들
거지들이 나무에서 내려온 청설모와 아침을 줍고 있었죠.
비둘기들은 오래된 교회 지붕에서 흑인과
중남미에서 온 노동자처럼 그늘진 첨탑 긴 그림자를 피해
우울하게 모여 있었죠, 왜소한 아시아의 노동자처럼
하나님의 정의와 역사를 의심 의심하고 있었죠.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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