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이수정



기다림




숲은 옥상에 세들어 있습니다

당신이 사는 집

긴 계단을 걸어

문을 열 때도

닫을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숲은 세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면

길다란 나무들이

백 갈래의 가지를 뻗고

천 갈래의 뿌리를 내립니다


숲은 숨죽이고

세들어 있습니다만

잎사귀들이 자꾸만 달싹이고 반짝입니다

잎들이 나는 연습을 합니다

숲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꽉 붙들고 있습니다


잎사귀들은 벌써

나는 연습을 마쳤습니다

빛나는 사과를 따듯

당신이 허공에서 잎을 따낼 때까지

잎사귀들은 배회하고 다닐 것입니다

외로운 섬이 갈매기를 띄우듯이

이젠 잎을 날려야 하나 봅니다.




기다림 2




숲에 비가 내립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숲은 부쩍 자랄 것입니다

잎은 더 진해지고

벌들이 윙윙대며

어지러이 날아다닐 것입니다


달아나는 만큼

숲은 더 커질 뿐입니다

점점 짙어지는 숲,

발목에 감기는 수풀을

그냥 거닐어 보세요

기다림의 숲을 거닐 때가 좋았다고

생각할 날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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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

공모마당에 있는 "견인"님 시들에게도 똑같은 댓글을 달아주고 싶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