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가는 길

 

박몽구



북한산 가는 길




이북5도청에서 접어들어 진흥왕순수비가 선

비봉으로 올라가는 길

주말마다 나무들이 옷을 바꿔 입는 걸 보며

팔 년여 동안 바뀌는 계절을 알아왔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등산로 주변의 참나무랑 산버드나무 잎들이 말라가면서

시간이 늪처럼 고여 버렸다

방송에서는 약으로도 막지 못할

소나무 바이러스가 잎들을 말려 죽인다지만

비봉 능선을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생각은 달라졌다

팔에 닿는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송충이며 솔잎혹파리 따위

지독한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의 독이 나무들의 숨통을 죈다는 것이다

서로 일으킬 줄 모르는

사람들이 나뭇가지를 몰인정하게 꺾고

물 한 방울 간직할 틈 없이 짓밟힌

땅이 목말라 죽고

젖줄이 끊긴 소나무 뿌리들이 썩고

끝내는 사람들의 숨을 막을 것이다

그런 날에는 스모그로 잔뜩 낮아진

하늘이 두려워 어둡기 전에

하산을 서두른다




다빈치 코드




매양 똑같은 궤도를 도는 열차

한 학기 내내 변함없는 시간표

고여 있는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얽히고설킨 코드를 푸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바보같이 믿어온 교황청 지하에

비밀이 묻혀 있다고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어온

예수에게는 묘령의 여인이 있었고

네 곁에 예수의 딸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데

가장된 성스러움을 지키기 위하여

교황청의 문턱은 날로 높아져 간다구

믿음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이냐고

부추기는 댄 브라운을 따라

비밀의 회랑을 걷다보면

얼마나 꽉 짜여진 시간표에

몸과 마음을 맞춰 살아왔는지 알겠어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살아왔는지 알겠어

댄 브라운의 뿔테 안경 너머

매력적인 눈빛을 따라

텔레비전 스튜디오에도 가고

팝업 광고에 실려

둠 레이더 무기를 파는 게임 사이트에도

투명인간처럼 드나들다 보면

그동안 얼마나 깊은 늪에

빠져 살았는지 알겠어

늪에서 건진 시간을 바꾸어

짜릿하고 달콤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얄팍한 주머니쯤은 비어도 좋아

더 이상 값나가지 않는 상상력에게

시간을 내줄 수 없다고

적당하게 흥미를 더하고

그럴듯한 퀴즈를 비비 꼬아서

칙칙하고 답답한 땅일랑 말끔하게 잊게

만드는 다빈치 코드를 푼다

넓고 기름진 미국 생각으로

가득 채워도 좋아

긴 겨울 밤 살같이 지나가는 줄 모른 채

다빈치 코드를 푼다

무장해제당한 채

국적도 얼굴도 모르는 검은 음모 속으로

끝모른 채 빨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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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rxjs

폭설… 시기적절합니다.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