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덕



                                                                                                                             


일찍이 죄 많은 손이었다. 소금자루처럼 무거운 등에 업힌 막내, 엄마 몰래 동생을 꼬집던 죄와 함께 자란 손이 개를 키워 개장수에게 팔고 목줄 끊고 도망쳐온 개를 쇠줄로 묶어 돌려보냈다. 똥개는 저를 팔아넘긴 주인에게 돌아와 꼬리 치며 얼굴을 핥았다. 끌려가며 찔끔찔끔 오줌도 지렸다. “내 다시 개를 키우면 개새끼다.” 다짐한 개만도 못한 손 다시 개를 먹이고 배 떨어진 강아지를 내다 팔았다.


개 패듯 여편네를 두드리고 밤새 화투짝을 쥐고 놀던 옆집 최씨, 집 한 채 말아먹고 시퍼런 작두로 엄지 하나 찍어내고 주춤하더니. 손가락 네 개에 화투를 끼우고 다시 노름판에 떴단다. “징하다, 징해.” 사람들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하철 손잡이가 꺼림칙하다. 별의별 손이 스쳐갔을 손고리에 선뜻 맘이 닿지 않는다. 먹지처럼 까만, 죄 지은 손이 두려워하는 게 고작 지하철 손잡이라니!


                   


245



                                           

235 ……240 245


내 발 245

사이즈 235에 10을 보태니 발이 편하다

치수 10의 의미는 내 몸이 무겁다는 증거,

발목 아치형의 뼈가 가라앉아, 이미

나를 받쳐 든 기둥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


하이힐로 치켜도 흘러내리는 숫자 10

10은 10톤의 무게

처진 몸을 구두 뒤축에 매달아 보지만

금세 발이 내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위험! 위험!

멀리 가지 마세요. 당신의 반경은 6센티.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지 마세요

그 소리, 마치 ‘하산, 하산하세요’로 들리고.


키 짧은 어느 개그맨 15센티가 넘는 뒤축에 올라

목을 반자나 늘리고 아래를 내려다본다는데

바닥에서 멀어질수록

몸이 먼저 안다. 삐끗, 발목이 위험하다


235 ……240 245

멀리도 왔다. 지상에 닿을 날이 멀지 않았다



마경덕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론』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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