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

 

김만수



티눈

  

                          


혁명시절 군화 속에서 나를 붙잡던 네가

후들거리고 접히곤 하는 내 쉰의 가을에

다시 몸속에 둥지를 틀었구나

함께 가자고 흘러내리지 않으려고

몸속 깊이 몸을 숨기고

곧잘 내 신경의 끝에 고리를 거는 너는

모양도 없는 너는 누구냐

아직은 피가 도는 땅이라 여겨

나를 뚫고 들어와 눈을 뜨는 눈

나도 갈색으로 저물고 있는 이 저녁에

누군가의 고운 살갗을 헤치고 들고 싶다

들어가 깊이 잠행하고 싶다

아직은 내 몸에도 갉아먹을 사랑이 남았다는 말이구나

살갗 깊이 뿌리내리는 너는

내 몸에 기대어 함께 가자는 것이구나

아직 가 닿지 못한 거기까지

깊어지자는 것이구나 





시인

    

                           


오랫동안 간직해온 날개 한 짝 있어

그리 편치 않았다 나날들

삐져나온 깃털에 하늘을 달아놓거나

숲을 올려놓기도 했다 수월히 잠들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에 술이 늘고 퇴로는 막혔다

노을 퍼지면 늘 어깨나 허리가 결렸고 자주

허방을 놓았다

돌아가야 하는데 담보에 갇혀 말라가고 있었다


선생 선생들의 시를 읽다가 보았다

거기 모지라지고 꺾어낸 

없는 날개들의 흔적 보았다 오래되었다

선생들이 술별로 돌아가는 걸 보아온 지 오래되었다

흙에 왕릉에 안개에 대숲에

화악 억장지르는 것들 속으로

아픈 날개를 붙여 날려보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다가는 것을 보았다


강물 흐르고 바람 부는 쪽으로 삐져나간

없는 날개 하나 파르르

떨리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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