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그루 이깔나무로 서서

 

김종해



나도 한 그루 이깔나무로 서서




삼지연에서 백두산 가는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

칠월의 뙤약볕 아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서서

바람이 불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이깔나무 숲속에서

나도 한 그루 이깔나무로 서서

조선 인민들이 걸어온 황톳길을 역주행한다

서로가 서로를 가리기 때문에

이깔나무 숲속은 어둡다

어둠은 행복하다

보이지 마라, 네 참모습을

황토 흙먼지 뒤집어쓴 채

백두밀영으로 행군하는

이깔나무 숲의 이깔나무들

조선 인민들이 모두 행복하다 말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삶의 길은 단 하나

안위를 묻기 전에 먼저 경배하라

저 높은 곳의 정일봉*을 향해!



 * 정일봉 : 김일성의 항일유격지로 북측에서 선전하는 백두밀영. 김정일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홍보한다. 백두산 한 봉우리 거대한 암벽을 파고 ‘정일봉’이라 새겨놓았다.




백두산과 선녀


 

 


백두밀영 아래 소나기가 내려서

잠시 비를 피해

숲속으로 들었는데

오오, 눈부신 아름다움,

나는 그곳에서 잠시 눈이 멀었다

빗방울 머금은 풀숲 속에는

노랑 꽃대를 밀어올린 곰취꽃이,

우정금 흰꽃이

선녀의 모습으로 옷을 벗고 있었다

나는 그 옷을 몰래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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