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꽃이 지는 길
길을 가려면 꽃길로 가라
꽃길 중에서도
꽃이 지고 있는 길로 가라
꽉 움켜잡았던 욕망의 가지를 놓아버린 손처럼
홀가분한 꽃들이 바람의 길을 가는
그 길로 가라
꽃들은 그늘지고 어두운 곳까지 나풀나풀 다가가고
꽃이 진 자리는
어느 순간 당신 삶의 의미를 바꾸리라
그러면 오랜 굴레에서 풀린 듯
삶도 가볍고 경쾌해지리라
그 길로 가다 보면
수밀도에 흠뻑 취할 날이 있으리
생의 빛살
고속도로변 아파트 밀집지역을 지나며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불빛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 동요가 너무 강해
앞만 보며 운전하던 언니가 돌아보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아무 일 없었다, 잘 지냈다, 했지만
삼십 년 넘게 같은 방을 쓰다가 늦게 결혼한
언니는 한동안 묵묵히 있다가
또 묻는다
태어나 처음이다, 이런 마음은
슬픔도 외로움도 아픔도 고통도 불빛 아래로 끌어내
매만지고 닦고 얼싸안으며 익히는
저 무리들로부터 혼자 낙과처럼 떨어져
몸과 마음이 얼고 있는 것 같은
얼고 있는 몸이
生의 光線에 푹 찔린 것 같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