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목련 外

 

윤성택




그리운 목련



겹겹 바람을 껴입은 목련나무 봉오리

꼬깃꼬깃 잎들이 접혀 있다

지난해 북향 창가에 떨어진 채

타들어가듯 검어진 꽃잎들,

다시 뿌리로 끌어올려져

가지 끝 꽃받침에 편지처럼 물려 있다


두툼하게 말아 쥔 꽃눈을 들고 서성거리다

막다른 곳을 향해 뻗어가는 골목 끝에서

불빛 벙그는 밤,

불잉걸처럼 밝은 창문을 향해

마침내 목련은 접어두었던 면을 편다


나는 나를 잊고 너를 잊었으나


한 잎씩 천천히 환한 창에 대고 읽는다

목련 읽는 향기가 그윽하다

중심에서 하나씩 지는 꽃잎을 생각하면

몇 장 사연을 내밀한 틈에 어떻게 밀어 넣은 것인지

잊고 있던 그 자리에 왜 나를 세워둔 것인지

각오하듯 활짝 핀 목련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동물원 



낯설고 기이한 비밀을

당근처럼 우적우적 씹는 얼룩말의 꼬리가

휘휘 적막을 쓸어낸다 이제 아무도 없다 

예정대로 돌아가지 못한 초원은

관광안내지도 속에서 푸르다

불필요한 입장권처럼 이 격리를 설명할 길은 없다

딱딱한 불빛 아래 배밀이를 멈춘 파충류들과

수족관 속 과녁 같은 눈으로 응시하는 색채의 분류들,

충동이 압축된 완강한 철창 너머

진열은 공허하게 지속된다

그들이 떠나온 숲과 늪은 연구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습관이 오랫동안 벽을 감시하고

경계의 타성은 그 주위를 에워쌌다

어쩌다 철근으로 지탱되는 두려운 눈빛이 기념되었을까

되돌아갈 수 없는 본능의 신경계는

호명하는 목소리에 반응해간다

철창에 덕지덕지 붙은 눈은 좀체 떠날 줄 모른다

웃음은 기척처럼 배고프게 한다

작별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언젠가 다시 늙은 아이와 해후할 것이다

단체로 결말 되는 다른 선택은 없다

어두워지자 동물들이 거리로 걸어 나온다

이곳에서는 과거만이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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