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의 길 外

 

조문경




몸 속의 길




가마솥에 시래기를 넣고

장작불을 지핀다

얼마 후 굳게 닫힌 솥뚜껑 사이로

김은 새어나오며 들썩들썩거린다

웅크리고 있었을 물의 몸

쉐엑-하는 소리를 내며

한 곳으로 힘차게

하얀 기둥을 만들며 천장으로 올라간다

티비에서 본 토네이도 모양인데

그 기둥을 물속에 숨어 있던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때까지는 기다리고

어느 때까지는 자기도 모르는 채 가지고 살던

아궁이 불이 활활 타오르자

순식간에 이뤄낸 저 길

여전히 솥뚜껑은 닫혀 있지만

물은 안 것이다

몸은 가장 절정일 때 길이 된다는 것을

천장을 감싸던 김이 흩어진다

제가 오른 길을 거두어 또 다른 몸이 된다



 

 





외출 후 돌아와

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배불러 쉬고 있는데

위층에서 잠깐 보자고 해 갔더니

상추에 푸짐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방금 먹었다며 사양을 하는데

주인은 끝없이 권한다

식탁을 본다

뚝배기에 된장이 끓는다

기름기 흐르는 밥

수저가 가지런히 놓였다


식욕은 배고픔에서 오는 게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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