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속의 구름 外

 

양애경




암벽 속의 구름


                 


중국 낙양에서 백마사 방향으로 나가면

수천 년 묵은 석회암 절벽지대가 있고

거기엔 작고 큰 자연동굴 수천 개가 있어

수백 년 전의 크고 작은 부처님 상이며 그림이며

수백 년 전에 거기 살며 섬기던 사람들의 자취가 남아 있지요


동굴이야 수천 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사람이야 어디 백 년을 살려구요

죽고 다시 태어나 향 피우고

죽고 다시 태어나 보살 하나 새기고

동굴 임자들은 자주자주 바뀌며

그렇게 오래 지나왔지요


제가 전생에 살던 별은 안드로메다 성운에 있는,

지금 사는 은하계와 쌍둥이 은하계

지구의 쌍둥이 별이었는데

그때의 제 반려와는 정말 행복한 일생을 지냈고

지금도 선잠을 깰 땐, 그 사람 생각에 빙긋 웃곤 하지요

지금 생인지 그때의 생인지 잠깰 무렵엔 잘 분간이 안 되거든요


이 별에 태어나 보니 그때의 반려는 저와 다른 시간대에 태어났는지

아니면 먼 지역에 떨어졌든지

아직 만나지를 못했구요

  

가끔가끔 사랑한다던 남자들 있어

혹 이 사람이 그인가? 한 적도 있었지만

아마 그가 아니라 제가 전생에 빚진 사람들이었나 봐요

헤어질 땐 죽지 않을 만큼까지 아팠는데

이제 잊었구요

제 영혼에 걸린 빚 장부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었길 바라야겠죠


제가 이 별에서 살 날, 아직 좀 남았는지요

동굴 안에 살며 기도하던 사람처럼

몇 개의 흔적을 벽에 그리고 간 후

그리고도 몇 백 년이 흘러간 후


동굴 밖에서 물끄러미

제가 그린 꽃 그림, 구름 그림 몇 개

들여다볼 누군가가 있을까요?

그의 커다란 검은 눈이 시간을 통과하여

제 웃음과 슬픔을 꿰뚫어볼 수 있을까요?






말 안 듣는 강아지




우리 집 강아지는 만 여섯 살이 되어

사람 나이론 40이 넘은 중년이지만

이름이 아직도 강아지다

아파트 사는 동생네서 똥오줌 못 가린다고 생후 3개월에 쫓겨 온 이놈은

금실이, 쎈, 마루……

차례차례 붙여준 어느 이름도 들은 체 않고

“강아지?” 하면 힐끗 돌아본 이유로 이름이 강아지가 되었다


한때는 귀가 먹은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이유는 단지 사람이 부를 때 냉큼 오기가 싫었던 것


요즘도 나와 엄마는 강아지를 부르지 않고

“강아지가 어디 갔지?”

“글쎄, 강아지가 어디 갔을까요?”

하고 부산을 떨며 찾는 시늉을 한다

그제야 슬그머니 나타나 곁눈으로 흘끗 쳐다본다


목욕한 지도, 털을 빗어준 지도 일 년이 넘었다

싫다는 것이다

    

조금도 길들여지지 않는 이 여섯 살 난 잡종개에게서

어느 날은 노루를 보고

어느 날은 여우를 보고

어느 날은 숫사자를 본다

  

애지중지해도 죽어라 마음을 주지 않는 강아지에게서

사람이 먼 평원 끝까지 내몬

야생의 모든 동물을 본다

말 안 듣는 강아지 한 마리에게 쩔쩔매는 것,

어쩌면 속죄(贖罪)인가 보다.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