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妙

 

이대흠




묘(妙)



소태처럼 쓴 것은 아니고 쌉싸름한, 없는 입맛 헹구어주는 씀바귀나물 같은, 설탕처럼 단 것은 아니고 좀 달짝지근한, 싱거운 듯, 조깐 심심한 듯, 갓 짠 참기름처럼 진한 것은 아니고 꼬순내 나는 듯한,


모굿대랑 피마자 잎이랑 호박잎이랑

비온 뒤 그것들 데쳐서 곤자리 젓에 매운 고추 버성버성 썰어 넣어 식은 밥 한뎅이 싸서 함뽕 했을 때처럼

혀가 살아 징그랍게 맛나던,


당신의, 당신이라는.




내게 슬픔이 있다면



묵은 매화 껍질 뚫고 자라난 여린 가지

한숨처럼 눈뜨는 꽃눈 같은 것이라고

신선이 춤추는 형국이라는 그 마을

살보다 붉은 언덕 너머로

옷고름처럼 풀어진 하얀 길 위로

내 어린 신부가 똬리에 물동이 이고

이마 훔치며 넘어올 때 아지랑이

매화 향 와락 번지는 어지러움 같은 것이라고

소녀는 가까워지며 몸이 자라고

제 눈앞의 길만 보고 있을 때

돌담 모퉁이에 박힌 못난 돌멩이처럼 나는

붙박인 자리에서 제 안이 까맣게 굳어지는 줄도 모르고

물 한 모금 기다리는 목마름 같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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