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거울 外

 

김영석




하늘 거울



아주 먼 옛날

하늘이 내려와 푸른 호수가 되고

호수는 올라가 푸른 하늘이 되어

마침내 거울이 생겨났다네

그때부터 거울 속에는

새와 물고기가 함께 노니는

그림자가 늘 어른거린다네

그러나 거울은 제 빈 몸을 씻어

그림자를 말끔히 지우고 지운다네

그림자는 거울을 떠나 살 데가 없고

거울은 그림자 없이 살 수가 없어

샘물 같은 그림자 맑게 지우며

날마다 거울은 새 얼굴로 태어난다네.




숨바꼭질 



꿈을 꾸었다

어느 공터에 버려진 돌멩이 하나가

내 눈빛을 받자

제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어

나는 그 돌멩이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반쯤 허물어진 빈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였다

술래가 눈을 감고 하나 둘 헤는 동안

어떤 아이는 오동나무 속으로 들어가 숨고

어떤 아이는 섬돌 속으로 들어가 숨고

어떤 아이는 서까래 속으로 들어가 숨고

나는 쑥부쟁이 뿌리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술래는 어디 갔는지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이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위가 고요하고 고요하였다


돌멩이의 꿈속에서 나와

나는 또 꿈을 꾸었다

술래가 되어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데

오동나무도 섬돌도 보이지 않고

서까래도 쑥부쟁이도 보이지 않고

아이들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았다

빈 공터를 여기저기 헤지르며

아이들과 풀꽃과 나무 이름을

내가 아는 온갖 이름을

목이 메어 부르고 또 불렀다

메아리도 없이 사위가 고요하였다


공터에 버려진 돌멩이 하나가

이름을 부르다 지친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내 속으로 들어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돌멩이는 돌멩이의 꿈을 꾸면서

사막처럼 끝없이 돌멩이를 낳고 낳았다

내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땅으로 떨어졌다

무겁게 떨어지는 눈물은

돌멩이가 낳은 돌멩이가 낳은 돌멩이들이었다

저물도록 소리 없이 울고 또 울었다

사위가 고요하고 고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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