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外

 

박남준




길을 묻다




새벽, 미명, 밤과 낮, 바람의 바다에 나아갔다

파도는 끈질기게도 밀려오는가

반문해본다 저토록 변함없는 것이 있었는가

젊은 날 얼마나 전능의 신 앞에 나아가 기도드렸는가

어리석고 간절한 소원의 맹세들이라니

눈 감았던가

나를 관통하여 온 시간들

별빛의 지표를 물어가던 머나먼 길들을 생각한다

나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부유하는 것만이 오직 지켜내는 것이라 여겼다

세상의 문밖을 기웃거렸다

다만 하루의 날이 저물고 다시 눈을 뜨기까지

젖은 발길 앞에 결기의 맹세를 두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나의 어제와 나의 오늘들

모든 비상하는 것들은 언제나 까마득한 것이었으니

어찌 우러르지 않았을까

발목을 꺾은 것은 아니었으므로

깊은 숲 속으로 걸어갔다

이 길 어디쯤 내가 걸어가고

나를 기다리는 길이 있을 것이다






문득 뒤돌아보니




멀고 먼 잠을 잤다 긴 잠을 잤다

바다에 이르렀다 붉은 일몰로 노을지는 바다

탯줄을 자르고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자라나 바다에 나갔다

다 비워진 그릇이 다시 가득 차듯

들고 또 가는 밀물과 썰물의 바다를 보았다

빈 배를 풀어 띄웠다

썰물을 따라 흘러갔다 밀물로 함께 밀려왔다

아침 꽃을 보며 미소지었다

지는 노을 바라보며 기다림을 배웠다

세상 속으로 흘러갔다 아이는 길을 떠났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이 떠나가는 길의 나그네였다

먼 길이었다


오랜 길 끝에서 돌아와 집을 찾았다

뜨락엔 발길 닿지 않아 무성한 쑥대밭 

개망초 꽃들 햇살을 투명하게 빛을 뿜는다

두견이 휘파람새 뻐꾸기 새들의 노래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던 날들 어찌 없었을까

먼 하늘 바라본다 뿌리 없이 떠도는 것들,

뭉게구름에 실려오는가 지나온 길들


별밭의 하늘을 우러른다

별의 안부를 묻는 밤

깊어간다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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