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윤호



자전거 




술 마시다 보았다

축축한 담벼락에 세워진

짐받이 자전거

잔을 들 때마다 목에 걸리는

녹슨 페달

검고 딱딱한 안장이

돼지껍데기처럼 씹힌다

우린 이제 만나면 싸워

그만 만나

내가 타도 달릴 수 있을까

앞바퀴가 기우뚱한 자전거

언덕을 넘어서

바람처럼 내려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제 때 멈출 수도 있을까

탄 고기와 함께 남아

지글거리며

빈 의자를 바라보다

휘청거리며 일어난다

축축한 담벼락에 세워진

짐받이 자전거

한번 가볼까



옥상 정원




중환자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옆 건물 옥상 정원

나무도 심고 꽃도 심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이

나보다 푸르다

한참 보고 있으면

철문 열고 한 사람이 나와

담배 피고 서성이다

시계를 보며 들어가고

선잠 자고 보면

또 한 사람 나와

두 팔 벌려 기지개를 켠다

혈관이 잘 안 잡혀

몇 번 주사바늘에 찔리는 날이면

창백한 아내에게

언제 산책이나 하자고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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