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윤재철



대화


                                                 


아버지 제삿날

현고학생부군신위 지방을 쓰면서

돌아가신 지 이십 년도 더 된 아버지와

중얼중얼 얘기를 나눈다

어떻게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래 잘 있다 너는 어떻게 지냈냐

저도 그냥저냥 잘 지냈어요

어떻게 저승이 사실 만한가요

그저 그렇지 뭐 여기나 거기나

뭐 다를 게 있겠냐 그냥 사는 거지

그나저나 이 제사는 언제까지 지내야 되나요

다들 직장 나가느라 바쁘고 어머니 혼자

어머니도 벌써 여든이신데

어머니 혼자 음식 장만하느라 하루 종일을 애쓰시는데…

알아서 해라 그깟 음식이야 먹어두 그만 안 먹어두 그만

그냥 육포에 술이나 한 잔 다우

오구 가며 목마르니 술은 한 잔 해야지

술은 아직도 좋아하시나요

몸에 안 좋은 것은 알지만 술 없으면 무슨 낙

허긴 그래요 제사지내는 것도 음복이 낙인데

그나저나 우리 형제가 다 딸자식뿐이니 제사 물려 줄 수 도 없고

나중에는 저 혼자 술이나 한 잔 올릴게요 용서하세요

그래라 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대로 살아야지…나무관세음보살




학교 매점


                                              


하루 종일을 학교 울 안에 갇혀

수업 시간에는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조을건 몰래 무협지를 읽건 하던 놈들도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떼지어

경주마처럼 매점으로 달려간다

싸구려 햄버거건 치즈빵이건 스넥류건 하나씩 입에 물고

콜라니 주스니 깡통 음료 돌려 마시며

왁자지껄 행복한 웃음

양푼에 보리밥 열무김치 고추장에 썩썩 비벼

배 터지게 먹고도 돌아서면 배고프던 시절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픈 나이

핸드폰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귀에는 늘 엠피3이니 뭐니 꽂고 사는 허전한 아이들이지만

매점은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껄

공부보다 즐거운 공부보다 평등한 장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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