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 外

 

윤은경



메타세쿼이아 



화살촉 닮은 몸체를 가까스로 당기고 있는 지상이라는 활줄, 밭은오금에서 고잣잎까지 허공 한껏 팽팽하다 우듬지 상사 끝 살촉에서는 푸른 연기가 이글거린다 한사코 더 깊게 당기려는 지상과 마악 튕겨나가려는 나무의 길항, 백악기의 수종들이 다 그렇듯 이 나무도 수억 년의 기억을 지우지 못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쭈욱 쭉 뻗쳐오를 일은 무엇인가 모멸과 굴욕의 날들은 한낱 입속에서나 곱씹을 일, 햇빛과 물과 바람만으로 거대한 몸 이루었으나 때로 신음하는 짐승의 내면이 온순한 이 나무를 광포하게 바꾼다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이랑고랑 거칠기 짝이 없는 저 힘줄들, 얇은 수피 한 장 두른 채 울뚝불뚝 긴장으로 타오르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살대에 묶어둔 간밤 내 불면이 백일하 드러날 것 같다 오랜 고통에서 통증이 사라지면 맑은 편경소리로 뇌관이 터지리라

푸른 그림자 붉은 발자국, 저 나무의 긴 기다림도 마침내 긴장을 놓으리라




수풀떠들썩팔랑나비 

-여든아홉 해를 사신 할머니는 치매에 든 채 훨훨 날아가셨다.



내참, 이런 일 첨이여

몇 달을 짓물러 눈 흐리더니

말갛게 비쳐오는 하눌님이길래

휘적휘적 손 한 번 까불렀을 뿐인데

우째 이렇게 몸 가볍디야?

댓독 아래 저 눔, 누랭이는 또 왜 저런디야

이눔아 네 밥 주던 망구니라 이눔,

네 따라다니던 손주녀석 잘 있능가

어이 아범, 웬 눈물이당가 자네 어깨가 무겁구먼

내야 괜찮응게 자네 뭘 좀 들어야재

마당귀 풀도 좀 매야 할 낀데

장광에 괭이풀도 다북헐 게구

징헌 거, 뒷산 저기 자우룩한 나비떼 좀 보아

남세시러라 

싫대두 싫대두

자꾸 앞섶으루만 드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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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숲

늘 느끼는 거지만 박형권님시인의 시는 삶 속에서 詩를 캐내는, 바다와 자연,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詩란 이름을 지워주고땀내음이 향기 되어 온 몸에 풍기는 멋진 시인이란 생각을 해봅니다.두 편의 좋은 詩, 봄을 맞이하듯 제게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