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外

 

박용하



 



할머니가 무를 썰고 있다

어머니가 무를 썰고 있다

나는 서툴게 연필을 깎고 있다


얼마나 멀리 떠나왔던가

앞을 밀기도 전에

뒤에 떠밀리며 왔던가


눈 퍼붓던 젊은 밤에 도끼로

발가락을 내리친 적도 있다

입술로 시퍼런 대검의 날을

애무한 적도 있다


내가 무를 썬다

아내가 무를 썰기도 한다

아이는 씽씽 연필깎이로

예쁘게 연필을 깎는다


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고

시퍼런 도끼는 없다




모든 밤



삶과 함께 자란 내 모든 눈물과

그 눈물이 기억하고 있던 육체와

그 육체가 서서 입맞추던 팔월의 바람과

함께 펄럭이던 내 모든 죽음은 정답다


동해와 함께 자란 내 모든 파도와

그 파도가 추억하고 있던 모래알과

그 모래알이 누워 받던 구월의 별빛과

함께 뒤척이던 내 모든 밤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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