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내

 

이은봉



모듬내




내 몸속에도 시냇물이 흐른다 고향 마을의

모듬내, 이미 오래 전부터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다 발원지인 심장이

술과 고기와 담배 연기로

검게 찌들어 있기 때문일까

어지럽다 상류에서부터

비육우의 똥물이, 공장 폐수가

화학약품이 흘러들고 있기 때문일까

시냇가 여기저기 비닐조각, 헝겊조각 따위

널브러져 있다 맑은 물

찰찰찰 흐르지 못하고

탁한 물 끈적대는 모듬내

하수구를 뚫는 길다란 바지랑대 집어넣어

훌훌 뚫어버릴 수는 없을까

내 몸 속의 시냇물도

여기저기 웅덩이 패여 있다

흐르지 못하고 썩어가는 것들

웅덩이마다 고여 역한 냄새 풍기고 있다.




앵남역




앵남역은 역이 아니다

驛舍가 없으니까

대합실이 없으니까


그래도 기차는

하루에 두어 번쯤 멈추고 떠난다


앵남역에는 역이 없다

역무원도 없다

역장도 없다


그래도 손님은

하루에 두어 명쯤 내리고 탄다


내려쬐는 땡볕조차 외로운 철로가

두어 그루 지쳐 빠진

감나무들 사이,


두어 개 낡아 빠진

시멘트 벤치들 사이,


온종일 널브러져 졸고 있는

우유 봉지 하나! 빵 봉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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