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막 살던 연순이네 外

 

조정



누에막 살던 연순이네 



못을 쳐

지네 스무 마리씩 묶어서 거는

사내가 기우뚱 올라 선 사다리 사이로

누에 철이 소낙비처럼 지나가는 중이었으니

닭뼈를 던져두면 비자나무 그늘로 슴슴슴슴 지네가 모여들었다


청상의 코를 물어뜯어 제 여자를 삼은

사내는 동각뜰에서 칠흑처럼 짓이겨져 죽지 않고

동네 곁을 살아내며

내 친구 연순이를 낳고 그 애 동생 순복이를 낳고 그 아래 길남이를 낳고

내가 놀러 가면 얼굴이 깨어지게 웃어 주었다

닭죽 솥을 열고 

복 복자 써진 사발에 그득 떠주기도 했다


병 있는 집에서 음식을 얻어먹은 나는 매를 맞았고

사내는 녹슨 못에 지네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떴다

무덤가에서 끄윽 끅 장끼가 울었다

코에 흉이 진 아낙이

사기그릇을 한 솥 삶아 소쿠리에 건지는 동안 

몸빼 밑에 드러난 복사뼈가 고왔다




용눈이오름* 


죽은자들이었다

거침없이 나를 덮치는 바람이었다

분화구를 채운 억,새,억,새,억,새,천,세,만,세

죽은 자들이 손을 내밀었다

말똥가리 한 마리 머리 위를 선회할 뿐이었으나

나는 들쥐처럼 떨었다

이 익숙한, 중음(中陰)

바람에 젖은 몸을 산자들의 비탈 쪽으로 돌려 세울 때

함께 죽기를 청하는 그림자 

땅찔레 줄기가 발목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손을 저어 검은 새의 눈을 파먹으니 눈물뿐인 눈알이었다

입을 막고 검은 새의 눈물을 삼키니 목구멍보다 큰 눈알이었다  

몸속에 일던 바람

일제히 밖으로 내달렸다

곁을 주지 않는 허공과 바닥이 안 보이는 분화구를 따라 

몸만 두고 사라져버리는

나는 본래 내가 아니었으므로, 아니었으므로

놓아주었다    

말똥덩어리 퉁퉁 떨어진 길을 내려왔다

검은 돌로 담을 두른 무덤에 기대어 누웠다

도로 내려가는 자 

내 비석 같은 하늘을 읽었다

꽃향유가 시들다 말고 돌아보았다     

이승에 귀를 기울여주는 저승의 눈매가 뜨끈했다


*용눈이오름 :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기생화산

kakao

1
댓글남기기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0 Comment authors
  Subscribe  
newest oldest most voted
Notify of
견인

, , , 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