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하상만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길을 가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그 쪽을 한참 바라본다

아무도 없다 

줄을 지어 날아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아니다 

탈곡기에 몸을 넣어

옷을 벗는

콩들의 아우성도

아니다 

이건 뭔가

소리는 없고

간절한 느낌만 있다

누가 나를 이렇게

애타게 부르나

웃고서

가던 길 간다


이 세상 어딘가

간절한 내 부름에 답하느라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 있을 것이다



* 바쇼




울음




책 속에

새가 운다

다른 쪽에서도 운다

대화하고 있다

자연 학습장에 갇힌

장닭이 운다

횃대에 올라앉아

한낮에 운다

아무도 

따라 울지 않는다

인근에 닭이 없다

새벽에 울 필요가 없다*

혼자 있으면

언제 울어야 할지

잊어 버린다

마음대로 울다가

울지 않게 된다

가족이 돌아오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

전화로 위치를 확인했다

홀로 남은 집은 방이 셋

기다릴 사람 없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두 개의 방을 잠그고 산다

언제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 은희경 『아내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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