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교

 

윤제림



여름학교




집도 밭도 둥둥 떠내려간 저녁

남은 몸뚱이들만

교실에 모였다


“죽고만 싶어요.”

말만 붙여도

눈시울에 물이 넘는다.


산소까지 모두 쓸려 내려서

잠자리를 잃은 귀신들도

복도 창문에 매달렸다


현고학생부군,

눈썹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후일담(後日譚)




중종임금 때 진사 윤결(尹潔)은

두 개의 호(號)를 번갈아 썼다.

취했을 땐 취부(醉夫), 깨었을 때엔 성부(醒夫).


홍문관에서 일하던 어느 날,

을사사화로 억울하게 죽은 친구를 위해

이렇게 말한 죄로 죽었다.

“안명세(安明世)를 참한 것은 잘못이다.”


취부는? 

아직도 피마(避馬)골

빈대떡집에 앉아서

성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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