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강물

 

장승리

 

 

 

 

멈출 수 없던 양 날개가 머리 위에서 붙었다 이런 순간에 관객이 없다니 슬펐지만 지겹다고 말했다 지겹다고 말했더니 하품이 나왔다 밸런스가 절실했지만 한쪽 귀는 열 수 없는 문이 되었고 다른 쪽 귀는 가라앉는 돌멩이의 검은 침묵 쪽으로 계속 자라는 중 양 백 마리 양 아흔아홉 마리 여덟 마리 일곱 마리 양의 머릿수를 세다 마지막 양이 될 운명 아무리 뒤를 돌아보아도 머리털 끝 하나 변하지 않았다 지겨웠지만 슬프다고 말했다 슬프다고 말했더니 눈물이 흘렀다 볼 수 없어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렸다 거대한 단수 앞에서 얼어붙었다 나는 입만 있고 너는 눈만 있는 것 같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렸다 후회되는 말 뒤에는 부당한 침묵이 놓여 있었다 가령 제발 아무도 없을 때 날 때리세요 영원하고도 하루가 흘렀는지도 우리는 강물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문장웹진 11월호》

 

 

 

* 우리는 강물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 버지니아 울프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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