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와 함께 티타임 外 1편

황성희

젖소와 함께 티타임


젖소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은 오후 무렵.
주차장을 가득 메운 젖소들은 느긋하게
화단의 풀을 뜯고 인도 위로 배설을 한다.
놀이터에 진을 친 사자들에겐 벌써 이름이 붙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새로운 이웃이 늘어난다.
저기요, 삼삼오오 주차장의 젖소들은 이상합니다.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하체가 필요하다.
뿌리에서 나뭇잎에 이르는 나무의 줄거리와도 같은.
거실 바닥에 놓여진 두 발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오른쪽과 왼쪽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걱정 말아요, 당신은 코끼리처럼 보이지 않아요.
식탁 위 화병처럼 나는 안정된 자세로 놓여있다.
새로운 종을 발굴하고 학명을 붙이는 일에 골몰합시다.
그래도 시계 밖으로 시간이 흘러나오면 고장이지요.
아파도 결석은 안 된다 선생님 말씀처럼 받아들이길.
가면을 벗는 게 부담스러우면 그냥 공존하면 어때요.
아파트 주차장을 내려다보는 나와
젖소의 무리와 오후의 무렵 모두
평화로운 오늘의 티타임을 위해 그냥 공존하면 어때요.



숟가락을 들고 덤벼라


거실 바닥을 숟가락으로 파 들어간다. 이제 겨우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지만 자신 있다. 땅굴의 영감이 떠오른 것은 며칠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3월의 태극기 때문은 아니다. 습관을 스타일로 속이는 나 자신 때문은 더욱 아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에서 비행기를 들고 고민하던 순전히 405호.

“아직도 날 수 있는 거야?”
“앞바퀴는 움직이거든.”

그러나 405호는 비행기를 들고 사라지는 내게 뒷바퀴의 부재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약을 갈아 끼운 비행기는 앞바퀴를 웽웽거리며 같은 자리만 맴돌더니 나중에는 자신의 날개를 잘라달라고 애원했다. 멀리 갈 필요가 뭐 있나. 얼마 전 새로 바꾼 머리 모양을 내가 일부러 모른 척 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우리는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정도 같이 흘러가는 사이. 그런데 405호는 내 콧등의 점을 뺀 사실을 아는 척 하지 않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그것이 뒷바퀴의 발단이었다고 생각하지만 405호는 펄쩍 뛰겠지. 새로 산 분홍색 민소매 티셔츠를 내가 먼저 모른 척 했다고. 하지만 나의 최신식 워킹슈즈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생각인지. 게다가 며칠 전 슈퍼에서 꾸어간 돈 삼천 원. 이런 판국에 인사까지 먼저 건넨다면 405호는 분명 나의 남편이 자신의 남편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옛날 같으면 태극기를 흔들어도 벌써 흔들었을 명예의 문제. 이대로 굴을 파내려가 405호까지 갈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없어도 유감은 있다. 어차피 시간은 많고 사수할 무엇도 없던 참이다. 뒷바퀴의 행방을 숨긴 이유를 들은 다음에야 화해라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전에 내 콧등의 점이 빠진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커피 한 잔과 함께 흘러가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사라진 3월의 태극기와 그 행방에 관해 추리하는 것은 물론 그 다음의 문제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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