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언덕 外 1편

곽효환

 

물의 언덕

 

 

자궁을 닮은 거대한 호수 그러나

그 위에 세운 고대 도시 아스텍의 기억은

물의 흔적을 잃어버린

물의 언덕 위에 있다

 

몇 백만 년 전

커다란 양철독수리가 하늘 위를 빙빙 배회하고

그 뱃속에서 붉은 고원으로 쏟아져 나온

언어 이전의 삶을 산 사라진 사람들

바람의 방향을 따라

물의 비탈을 따라

산 밑의 마을로 더 큰 마을로

작은 도시로 큰 도시로 더 큰 도시로 갔다가

마침내 다시 물의 언덕 위의 신전으로 돌아오다

 

어디일까

수십억 광년의 침묵이 고였다가

맨 처음 물로 흐른 물의 언덕은

그 기억의 형해만 남은 물의 신전은

 

 

삶 이후의 삶

 

 

지구 역사상 스스로의 수명을 끊임없이 놀라울 정도로 늘려온 유일한 존재인 인간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은 삶 이후의 삶이다.

 

페루 중남부 안데스 산맥 고원에 자리 잡은 고대 잉카 제국의 후예들은 인생은 사람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쓰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살만치 살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좋은 날을 택해 가족과 친지, 은인, 더불어 살고 있는 마을 사람 그리고 척 지고 등 돌렸던 사람들까지 모두를 불러 성대한 잔치를 연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세상일에 손을 놓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오랜 관습이다. 사람들도 그날 이후엔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가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고 보아도 보았다 하지 않는다.

남은 삶은 그렇게 살아 있으나 죽어 있고 혹은 그렇게 존재하거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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