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外 1편

정철훈

 

막차

 

 

막차에서는 양계장 냄새가 난다

닭털이 눈발처럼 날리는 양계장

닭털이야 과장이지만 몇 안 되는 승객들의 눈꺼풀은

닭을 닮았다

 

하품은 전염병처럼 입천장에 들러붙고

온전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코끝이 빨갛게 취해서 비스듬히 기울거나

아예 목을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다

 

앉은 자세로 보건대 삶은 온전한 질서가 아니다

아침에 보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빨려가 버린 느낌

빈 좌석에는 어떤 온기도 남아 있지 않다

 

남은 승객은 겨우 셋

차량기지로 들어간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문 쪽으로 가는데

뒤를 돌아보니 일어날 생각도 없이 앉아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제 깃털을 노란 부리로 콕콕 뽑고 있는 한 마리 닭

 

닭 모가지와 새벽에 관한 비유는 역사가 과장되어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차라리 닭털이 눈발처럼 날린다는 막차에 관한 비유가 더 정직하다

막차에 실려 가는 오늘의 마지막 신화는 사람이 닭처럼 양육되고 있다는

양계장식 비유다

 

 

누에의 꿈

 

 

어느 날부터 나는 커피 향이 스멀거리는 마포의

옥외 커피점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실내와 실외를 구분 짓는

그 어중간한 경계에는 아무 선도 없지만

내 몸이 그 선에 얹혀 있다는 게

커피 향과 더불어 자유를 떠올리게 한다

 

기차 레일을 밟고 한없이 걸어 보던 어린 날의 발자국들이

그 보이지 않는 선에서 저벅거리고

기차가 달려와 나를 냅다 치받아도

아무 생채기 없이 다시 살아나는 그런 선이다

 

그 선에 걸려 푸드득거리다가 겨우 빠져나온

저 허공의 새떼들이나 알까

그렇다고 안과 밖을 통합하자는 야욕이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하나의 점으로서

오가는 행인들의 이동을 내 몸에 묶어 본다

그들의 슬픔과 기쁨, 만남과 헤어짐, 열정과 냉정 같은 것들

 

그러면 내 몸을 당기는 무한한 선들이 생겨나

나는 그 선을 당겼다 늦췄다, 묶었다 풀었다 하면서

하루 같지 않은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다

 

나는 그 무수한 선을 뽑는 한 마리 누에가 되어

꿈틀대면서 환희의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무심코 선 하나를 내 쪽으로 당겨 보기도 한다

선이 선을 달고 딸려 오다가 뒤엉킨다

 

선들이 엉키면 엉키는 대로

아침은 아침대로 좋지만 오후의 때가 되면

커피 향의 질감이 조금은 무거워지고

내 몸에 묶인 선들도 조금은 낭창낭창 헐거워져 좋은

오후의 한때를 즐겨 보는 것이다

 

영혼 같은 게 있다면

영혼은 밝으면 별반 쓸모없는 게 되고 말 것이기에

나는 영혼이란 놈이 좀 어두컴컴하게 숙성되기를

그 옥외 커피점에 앉아 기다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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