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外 1편

이하석

 

거미

 

 

거미가 제 안 여미며 읽는 바깥바람.

그리하여 제 몸에서 뽑아낸 실을 바람에 띄우는 생활이 있다.

그 실의 촉수가 닿는 곳에서 제 몸까지가

거미집 설계의 대각선이 된다.

 

제가 읽는 바람에 제 몸이 먼저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바람에 띄워 보낸 실이 닿은 건너편 나뭇가지를

거미는 그 실에 몸을 실어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바람에 흔들리는 제 구상을 구체화한다.

 

바람으로 앞을 짚는 건 제 집 방문하는 것들도 마치가지일 터.

그건 거미에게는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며 허공 건너오는 밥이기도 하다.

촘촘한 그물은 그 허공을 거르는 확실한 꿈의 구조이다,

마치 시의 행간이 시인이 불어 내는 바람으로 얽어 짜인 함정이듯이.

 

거미는 기다리고 기다리며 기다린다.

(기다리면 오리라―걸려들리라!)

거미가 내어 건 그물의 집은 허공의 꽃같이 피어 있다.(오면 그 꽃잎으로 싸서 먹으리라!)

시인은 그 그물을 더 잘 이해하고 무서워한다.

시 역시 허공에 꽃처럼 피는 위험한 말의 그물이라서,

그 그물에 무엇인가가 걸려들면 도리어 제 온몸 흔들리며

제 삶의 허공이 찢어지는 소동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빛과 그늘

 

 

대형 마트가 유난히 밝게 개장된다. 동네 노점들과 슈퍼들은 화들짝 희벗해지고 차츰 숯불처럼 사위지만, 마을 사람들의 눈이 밝은 건물 안으로 점점 더 부셔진다.

 

바깥 떠도는 까만 풀씨들이 그 건물 외벽인 유리창에 노크하듯 부딪쳐 미끄러져 내리는 걸 챙겨 보는 이가 없다. 유리창은 안에서는 잘 내다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안으로만 시선이 밝게 열리게끔 되어 있는 게다.

 

주차장에서 곧장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식품부에, 생필품부에, 잡화부에 드레드레하고 넘쳐나게 쌓인 욕망들을 세며 운전도 능숙하게 끌고 나서는 쇼핑 카트의 미끈함. 그 카트의 네모진 속에 갇혀 유연한 속도에 타면 사람들의 감정조차 좀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네모진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없는 물렁물렁한 길들은 아예 들어오지 못한다. 아이들 숨을 수 있는 풀들 우거지고, 열매 실한 나무들 빛 뿜는 한여름임을 아는, 모든 감정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잘 뒤집어지는 곳에서 사방으로 쏘아지는 까만 씨앗들을 차단하고, 그리로 이어지는 길 막아야 밝음이 더해져 장사가 잘 된다고 믿는 것일까? 안의 바람이 뭇 것들의 삶에서 소용돌이쳐 나오는데,

제 반폐허주의의 미끈한 역사의 전망만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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