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꽃은 어디로 갔을까 外 1편

채향옥

은행꽃은 어디로 갔을까


옛적 백정들은 죽기 전에
잡은 소를 마름질하는 데 쓰는
아주 작은 칼, 은행꽃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는데요
마른침을 삼키며 물려주었다는데요
뜨거운 말은 마른침과 함께 삼켰다는데요
그리고는 소 울음을 울다 죽었다는데요

봄이 되면 은행꽃이 피는데요
옛적 아비가 삼켰던 말의 씨앗이라는데요
바람이 저 먼저 애달아 치성으로 짝을 지어 주면
그 자리에 옹알이 같은 말들이 열리는데요
그것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소 울음을 울며
밤으로 낮으로 익어 가는데요
눈빛도 형형하게 익어 가는데요
마침내 누른빛으로 익어서
또 마침내는 떨어지는데요
그 가죽 안에는 또,
말의 사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는데요



진앙지


울음의 고삐는 단단히 틀어쥐라는 말씀인 양
울음의 뼈에 닿지 말라는 말씀인 양
아들은 아버지의 목울대를 물려받았다는데

아버지,
한고비 넘기던
그날 밤
큰오라비 목울대가
울음의 밑바닥을
느리게,
짚고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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