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침실

 

사랑, 침실

 

김소형

 

 

 

 

밤, 붉은 여자가 떠났다

사랑, 침실로

여자가 창문에 고개

들이밀고 내 침대에 올라왔지

사랑, 침실로

옆에 누워 속삭이며

죽음의 이불을 덮자

하이얀 눈 굴리며

죽음의 이불을 덮자

 

나는 여자의 손 힘껏 움켜쥐었어

쑥 빠져 버린 팔

가슴에 품고 거리에 나와 소리 질렀지

이걸 봐! 왼팔과 오른팔이

부메랑처럼 붙어 있는 붉은 팔,

던져도 다시 돌아오는 밤의 발톱을

그러나 사람들은 떠났네

사랑, 침실로

 

서로의 발 보며 잠들었던 부랑아들

서로의 몸 깔고 누웠던

노숙자들, 모두 여자의 허리

끌어안느라 정신없었지

여자가 내게 말했다

그 팔로 베개를 해보는 건 어때?

낮은 신음 소리로 자장가

불러 줄게 낭떠러지 같은

여자의 입맞춤

밤은 끝나지 않았지 여자는 사람들

목덜미 핥으며 시커먼

속삭임 멈추지 않고

 

나흘 밤 되도록 사람들

깨지 않고 나는 홀로

우두커니 거리에 서서 되돌아오는

여자의 팔을

되돌아오는 긴긴 밤을 계속

계속, 던져야만 했네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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