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김경주



빵 굽는 타자기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수는 없어요 고양이는

쓰다듬어 주면 멀미를 하는 동물이니까요


돌림병을 앓고 있는 타자기를 고치러 거리를 나섰죠

이제 이 도시엔 타자기를 치료하는 곳은 별로 없어요

내 타자기는 이상한 트림을 자꾸 해요


비명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빵을 사 왔어요


            비명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빵을 뜯어 먹어요


                     비명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매일 밤 걸레로 욕조를 닦아요

이야기는 떠나고 욕조만 남은 문장을 쓰기 위해


비명 


4월엔 덧니가 자랐고

5월엔 앞니가 부러졌어요

6월엔 송곳니에 설탕을 발라 주었죠

 

고양이가 죽었어요 죽은 고양이를 타자기에 넣어 주었어요

들들들 종이 위에서 멀미하는 고양이들


내 고양이는 담과 담 사이에서만 흘레붙어요  


 


우리들의 변성기




혁명가들은 모두 여기서 기록으로 떠났다 기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곳은 벌레들이 자라지 않는 곳이라 했다

  

안개꽃의 맨발 냄새를 기억하며 나는 사람들에게 기록이 있는 곳을 묻는다

기록이 사는 곳엔 몇 가지 혈청이 몰래 운반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다투어서 짐을 싸고 기록으로 떠난다 기록이 어디인지 모르고

움직이는 기록이 있고 기록을 묻기 위해 기록으로 간다고 하는 자도 있다


기록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기록은 이끼들을 각오하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언젠간 다시 '장난감 자동차에 여행 가방을 넣고 식탁 밑으로 떠난*'

여행이 보인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가면 몇 달 후 아이를 업고 나타날 수도 있어

기록으로 가면 우린 은밀한 윤곽을 나누어 가지고 살 수도 있지


나의 기록은 고아들의 무덤이 있는 곳에 와 있다 그대가 알 수 없는

지명으로부터 불어오는 재난이거나, 음악이거나


기록은 흔들리고 살기에 참 좋은 무고함이다 



* 어니스 모쥬가니의 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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